61. 동네 슈퍼/ 밤. 유정은 퇴근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슈퍼 안을 살펴보았다. 호중은 보이지 않았다. 할아버지가 계산대 앞에서 DMB를 켜놓으신 채 꾸벅꾸벅 졸고 있다. 라면 값을 계산하고 자리에 앉았다. 핸드폰 연락처를 뒤적거려보지만 어디에도 호중의 연락처는 없다. 컵라면 뚜껑을 열고 면발을 휘휘 젓고 있는데 그림자가 나타났다...
52. 악어봉 초입/ 낮. 얼마 전에 새로 단 듯 한 장어집 간판이 비까번쩍하다. 간판을 멍하게 바라보고 있는 두 사람. 호중: 장어..집으로 바뀌었는데? 유정: (당황한 기색을 감추며 자연스러운 척) 장어.. 먹죠 뭐. 53. 장어집/ 낮. 식당 창가에 자리를 잡고 앉은 두 사람. 호중: (메뉴판을 바라보며) 장어구이 먹을까? 유정: 점심으로 너무 거하지...
47. 극장 극장 바닥에 앉아 고지서를 정리하고 있는 단장의 이마에 주름이 한 가득이다. 어찌나 집중하고 있는지 호중에 다가올 때까지 눈치 채지도 못한다. 호중: 어제는 잘 들어가셨습니까? 단장: 깜짝이야. (호중의 얼굴을 보더니) 니 덕에 아주 무거운 아침을 잘 맞이했지. 넌 어떻게 니 집에서 한 번을 안 재워주냐. 호중: 가정도 있으신 분이 집에 들어가...
43. 동네 슈퍼/ 밤 유정도 적당히 알딸딸한 기분에 혼자 그냥 들어가기 아쉬운 마음에 슈퍼에 들렀다. 역시나 호중이 있었다. 유정은 호중에게 눈인사를 하고 냉장고에서 맥주를 2개 꺼내들고 파라솔 자리에 앉았다. 유정의 동선을 눈으로 쫓던 호중도 유정을 따라 파라솔 자리에 앉는다. 호중: 오늘은 라면 아니고 맥주야? 유정: 친구랑 저녁 먹고 들어오는 길인데...
39. 일식집/ 저녁. 방문을 열자 음식이 세팅된 자리에 앉아 있는 민석이 보인다. 며칠 밤을 새웠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깔끔한 차림새다. 강단 있어 보이는 야무진 얼굴에 미소를 띠자 천진하게 변한다. 상지의 남자버전같은 모습이다. 상지: (한 손을 번쩍 들고) 만식! 민석: (자리에서 일어나며 유정을 보고는) 안녕하세요. (앉을 자리를 내어준다.) ...
35. 상지네 거실/ 주말오후. 소파에 멍하니 앉아 있는 유정의 앞으로 지나간 상지는 물을 한 잔 따라 마시더니 같이 소파에 멍하니 앉는다. 상지: 니가 나 침대 밖으로 밀쳤냐? 유정: 아닐걸. 상지: 왜 이렇게 자도 자도 피곤하냐. 유정: 일찍 안자니까 피곤한 거지. 상지: 바쁜 직장인은 연애도 여가도 즐길 시간은 새벽뿐인데 어쩌겠냐. 유정: 너 새벽에 ...
32. 유정의 방/ 해질 무렵 방에 들어와 가방을 떨어트리듯 벗은 유정의 얼굴이 잔뜩 지쳐 보인다. 무릎을 끌어 앉고 엎드려 있는 유정. 가방 속에서 커다란 진동소리가 울린다. 한참 가방을 바라보다 크게 심호흡을 한 뒤 전화를 받는다. 상지: (작은 목소리로) 아직 밖이야? 알바랑 같이 있어? 유정: ... 집이야. 상지: 뭐야, 왜 이렇게 힘이 없어. 무...
22. 유정의 방/ 낮. 핸드폰 시계는 12시 59분에서 1시로 넘어간다. 짐을 어느 정도 옮겼는지 밖은 조용하다. 화장실도 가고 싶고 배도 고파진 유정은 문을 살짝 열어본다. 호중: 안녕~! 문 앞에 앉아 있는 호중을 보자마다 유정은 급히 다시 문을 닫는다. 문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있는 두 사람. 유정: '쟤가 왜 내 문 앞에 앉아있어?' 호중: 내...
19. 유정의 집 거실/ 주말 아침. 휴일 아침, 소란스러움에 짜증을 가득 품고 일어난 유정 앞에 분주하게 이삿짐을 나르는 호중이 있다. 호중은 아낙네의 방을 들락날락하며 바쁘게 움직인다. 잠옷 바람에 머리도 잔뜩 헝클어진 유정은 호중과 눈이 마주치자 그대로 굳어버렸다. 순간 눈치 없이 나오는 딸꾹질. 유정; ‘이게 무슨 일이야. 왜 동키가 옆방에 짐을 옮...
16. 버스 정류장/ 아직은 밝은 늦은 오후. 퇴근길 버스에서 내리고 보니 비가 내린다. 아침에 찾아본 날씨에는 흐리고 구름 낀 날씨라고만 했는데, 지금 와서 다시 찾아보니 비오는 표시로 바뀌어 있다. 유정: ‘이건 예보가 아니라 그냥 일기뉴스네.’ NAR. 유정 장마라고 매번 우산을 들고 다니다가 가방이 무거워 오늘만 놓고 나왔더니 때마침 오늘 딱 비가 ...
13. 치킨 집/ 주말 저녁 주말의 가벼운 마음으로 모인 사람들이 가게 안에 북적북적하다. 유정은 상투처럼 머리를 말아 올리고 뺑뺑이 안경을 쓰고 있다. 상지는 색이 어느 정도 빠진 고등학교 때 체육복을 입고 있다. 두 사람은 마주 앉아 치킨에 맥주를 즐기고 있다. 상지: (맥주를 들이켠 후) 너도 라면 말고 이렇게 몸에 좋을 걸 먹으란 말이야. 유정: 황...
9. 유정의 회상 NAR. 유정 이렇게 집에서 조차 편할 수 없는 나의 생활은 야밤의 수다한판으로 겨우 산소 호흡기를 대고 있다. 쓸쓸한 인생에는 연애만한 윤활유도 없다고 하는데, 그런 윤활유는 대학 때 이후로 자취를 감춘 지 오래이다. 대학생 유정. 아직은 화장이나 하이힐이 익숙하지 않은 신입생이다. 군복을 입은 남자친구 팔짱을 끼고 걸어가는 유정. 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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